수업도 끝나고 시험 몇 번이면 졸업만을 앞둔 이 시점에서, 마지막 수업이 끝나자 벌어졌던 180명을 상대로 한 울트라 초특급 염장 사건을 말하지 않을 수가 없다.

무려 전체 학생 일백팔십명이 지겨워서 뭉개진경건한 자세로 설명이 끝나기만을 눈이 빠져라 기다리고 있다가, 수업이 끝나자 다들 기념으로 단체 사진을 찍고 신나게 나서려는 순간, 갑자기 앞에서 마이크를 잡고 아름다운 노래를 흘려보내는 피피티를 배경삼아 6년간 사귄 끝에 결혼하게 되었다며 새벽처럼 몰래 가져온 빨간 장미 20송이 꽃다발을 그녀에게 건네주는 모습은 마치 한 편의 드라마와 같아서 평소에는 수업이 끝났다 하면 1초만에 사라지는 180명의 사람들이 모두 멈춰서 입을 크게 벌린 채 그 장면을 지켜보며 부러워하지축복해 주지 않을 수 없었다.


졸업 시즌이면 어디서든 그렇겠지만 특히나 내가 속한 이 장소의 특성상 올해를 넘길세라 1월에 시험이 끝나자마자 무수한 커플이 결혼을 하건만, 그들의 프로포즈는 일단 이 사건을 계기로 한 층 업그레이드 될 수 밖에 없으리라(笑)

나는 그 날 오후 집에 가는 길에 여학생들의 부러움의 올망졸망 물방울 눈을 보았고 그들의 연인을 쳐다보는 남몰래-하지만 남들도 다 보이는- 기대감과 압박감을 느낄 수 있었지만, 한편으로 그들의 시선을 받는 십여명의 나머지 한 명의 커플들은 괴로움에 몸둘바를 모르며 조금은 어두운 표정으로 학교를 나서더라고 10년 뒤에도 자신있게 증언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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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할머니 제사라 밤을 기다려 제사를 지냈다. 기억도 안나는 어려서부터 거의 한 달에 한 번 꼴로 제사를 지내다보니 이제는 특별히 외우지 않아도 어느 상자리에 무슨 접시를 놓아야 할지 눈감고도 딱인지도 벌써 십년은 된 것 같다.

종교적인 이유로, 또는 여러가지 이유로 제사를 지내지 않는 집들도 많은 것 같다. 제사도 워낙 많다보니 조금씩 간례화되거나 횟수를 줄이거나 하는 방식으로 조금은 현대 사회에 맞추어 조금씩은 포기할 것은 포기하고 발맞추어 변화되어간다는 생각도 들고.


제사라는 행사가 처음 생겼을 때는 돌아가신 선조를 기리며 한 번 다시 나의 뿌리를 기억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짐과 동시에, 가족들이 모일 기회를 만들어 둘러앉아 음식을 놓고 담소를 나누고 조상을 기억할 수 있게 해줌이 그 목적이었을테니, 현대 사회에 맞게 조금씩은 변하더라도 그 의의를 충분히 되새길 수 있다면 우리 문화와 역사를 버리는 것은 아닐꺼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보존하는 길일꺼라는 믿음도 조금-.


내가 어릴 때는 매번 제사 준비로 힘들어하시는 엄마와 잘 도와주지 않는 친척들을 원망하기도 했었고, 둘째나 셋째라도 제사를 준비하는 날에 도와주는 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했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또 막상 시간이 흐르고, 나의 친구나 아는 사람들이 그런 입장이 되자 다른 시각에서 이 현상을 볼 수 있게 된 것도 같다. 20년이 넘는 성장기를 제사라는 문화에 대한 접촉 없이 지낸 수많은 사람들은 제사를 위해 큰 집에 가서 음식준비를 하는 행동 자체가 바쁘고 시간없는 현실에서 무의미한 것으로 여겨지거나, 혹은 의미가 있더라도 그들의 선택이지 자신과는 큰 상관은 없는 것으로 여길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만약 내가 제사를 지내는 집의 맏며느리로 가게 되더라도, 둘째 며느리가 제삿날 오지 않더라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고나 할까-.

추석날 차례도, 잦은 제사도 미래에는 얼마나 더 지켜질 수 있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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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고 싶은 과는 한 해에 6명 밖에 뽑지 않는 아주 가기 힘든 곳이다. 그 곳에 들어가려면 성적도 좋아야 하고 성격도 좋아야 하고 인품도 좋아야 하고 평판도 좋아야 하는 아주 특별하고 까다로운 문이다.

내가 어쩌다 그 과에 가고 싶어졌는지는 모르겠지만, 가고 싶어지고 나서는 어느새 깊숙이 진심이 되어 버려서 그 문에 들어가지 못하면 내가 다른 문으로 들어가고자 할 수 있을지 상상이 잘 되질 않는다.

이럴 때면 나의 부족한 두뇌와 머리 회전 능력을 탓하게 되는데, 이미 지난 것은 어쩔 수 없다지만 그래도 최소한 과학고 정도는 나왔어야 되는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계속 든다. 과학고가 입시 전문고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지만 과학고에 들어갈 때와 나올 때가 달라서 비록 똑똑한 아이 중 과학고에 들어간 아이와 들어가지 않은 아이가 있어도 3년 동안의 심도 깊은 수업에 과학고에 들어간 아이는 천재가 되고, 그 안에서는 힘들고 괴로운 파도와 싸워야 했지만 아이는 용자가 되어 졸업할 수 있다.

평소에는 그러한 능력의 차이가 두드러지지 않아도 이 곳처럼 극한의 상황에서 자신의 최대 능력으로 맞서야 하는 동산에서는 용자의 경험치가 산처럼 다가와 그들의 두뇌 회전 속도는 범인이 쉽사리 따라잡을 수가 없으니 진작에 서울에 살지 않았음을 한탄해야 하는지 진작에 과학고에 관심을 가지지 않은 나를 탓해야 하는지 머리가 혼란하고 정신이 우물대어 판단을 내리기 힘들다.

꿈을 쫓아 나가는 길이 힘차고 즐겁다고 말한 성현이 있었는지- 실제로 꿈을 쫓는 나는 달랑대며 거리를 알 수 없게 만드는 모빌같이 열쇠가 잠긴 문을 쳐다보며 발버둥쳐보지만, 내년이되고 2010년이라고 숫자가 넘어가며 사람들이 보신각의 종을 울릴 때면 나는 뒷간에 조용히 앉아 눈물 짓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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